통영서 ‘탄소 저장고’
잘피숲 보전·확대 방안 논의
25. 5. 11. 오후 2:27
선촌마을서 제3회 잘피포럼 열려
기후위기시대 온실가스 줄일 방안
국립잘피연구소 통영 설립 제안도

경남 도내 대표적인 ‘잘피숲’ 조성지인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에서 잘피숲 보전·확대 방안이 논의됐다.
바다식목일(5월 10일)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통영RCE세자트라숲 세미나실에서 ‘통영시 해양보호구역 3회 잘피포럼’이 열렸다.
지욱철 통영시 해양보호구역관리센터장과 선촌마을어촌계 어민을 비롯해 김정호(더불어민주당·김해 을) 국회의원과 강성중·한상현 경남도의원, 배윤주 통영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잘피숲은 염습지·맹그로브와 함께 해양생태계 흡수·저장 탄소를 뜻하는 ‘블루카본(푸른 탄소)’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잘피숲·염습지가 있는데, 잘피는 90%가 거머리말에 속한다.
선촌마을 앞바다는 잘피 군락지로 주변 해역 약 1.94㎢(194㏊)가 2020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주민 주도 생태복원 사례로 의미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날 김승현 경상국립대 교수는 ‘선진국 잘피숲 보존 동향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전 세계 잘피생육지가 30% 정도 소실됐고, 국내에는 1970년 이후 50% 이상 감소됐다”면서, 그 원인으로 매립·양식장·항만시설 건설·어업활동 등 인위적 교란과 태풍·적조·수온 상승 등 자연적 교란을 꼽았다.
김 교수는 “기후위기 시대, 탄소 저장고로 잘피숲 가치가 알려지며 호주·뉴질랜드·미국 등 국외에서 복원 시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기존에 개체 이식 방식으로 주로 복원했다면 최근 종자를 이용해 대규모 복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임호 한국수산자원공단 블루카본전략실장은 ‘국내 잘피 보전·복원 동향’이라는 주제 발제에서 “블루카본은 그린카본(육상생태계 흡수·저장 탄소) 대비 최대 50배 빠른 탄소 흡수와 면적 대비 높은 탄소흡수량을 보인다”며 “잘피숲 확대를 통해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잘피숲은 해조류를 제외하고 해양식물에서 가장 높은 탄소 격리량을 보유한다”면서 “그러나 국내에서 잘피숲을 복원하려는 노력은 전무하다시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대안으로 ‘바다숲 탄소상쇄제도’ 도입 추진 계획을 설명했다. 이는 기업·어업인이 바다숲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탄소 흡수량을 인정받고 이를 기반으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제도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경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는 “잘피숲 고사를 예방하려면 연안 침적 폐기물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경회 부경대 교수는 “최근 빈번해진 고수온에 대응해 선촌마을 잘피서식지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와 이식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광현 파나고니아코리아 환경팀장은 잘피숲 확산을 위한 기업 역할로 통영환경운동연합 등 풀뿌리 환경단체들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바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해원 땡스카본 대표도 기후테크 스타트업으로 2023~2026년 잘피 서식지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관심 있는 기업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협 코리아오션리서치 박사는 잘피 이식 기술 개발과 적용 사례를, 이보경 통영시 해양보호구역관리센터 자문은 죽촌마을 이식 사례로 본 효과적인 잘피숲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장용창 숙의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은 “잘피가 이렇게 중요한데도 국내 잘피 전문연구기관이 없다”며 “해양수산부 산하 독립된 국립잘피연구소를 통영에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정봉화 기자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
